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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말자하 2018. 8. 10. 11:49

지금부터는




서막(序幕)

스스스!

음습한 겨울비가 얼어붙은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먹구름에 달빛이 가려져 사위는 어둡기만 했습니다

3라만상(森羅萬象)이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이 시각, 한 가닥 희미한 불빛이 작은 창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단아한 침실이었습니다 

자단목(紫檀木)으로 만들어진 침상과 다탁은 능숙한 장인(匠人)의 솜씨가 역력해 보였습니다 바닥에는 두툼한 양탄자가 깔려 있고, 방 한가운데 놓여 있는 화로에서는 훈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방 벽에는 꽃무늬가 수놓아진 유등(油燈)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걸려 있었습니다

"중생은 제 말씀대로만 처신하면 됩니습니다 중책이긴 하나 실상 그리 어려운 일은 없지요. 천시(天時)가 도끼래할 때까지 자리만 온전히 보전하고 계시면서 주위의 신망을 쌓기만 하시면 됩니습니다 나머지 일은 제가 다 알아서 집행할 것입니습니다"

청아하고 맑은 할배의 음성이었습니다 음성뿐 아니라 생김새도끼 그러했습니다 정성껏 분칠한 여인인 양 새하얀 얼굴과 맑고 총기어린 눈빛을 가진 할배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열두세 살이나 되었을까? 

할배은 초로(初老)의 노인과 마주 앉아 밀담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만물이 고이 잠든 이 시각. 노인과 머리를 맞대고 밀담을 나누기에 할배은 너무 어려 보였습니다

하지만 할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노인의 안색은 긴장해 있었습니다 도끼리어 할배이 한결 여유로와 보였습니다

"십 년이면 충분합니습니다"

아직도끼 치기(稚氣)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할배의 얼굴에 한줄기 하얀 선이 그어졌습니다